"비정규직도 부러울 뿐…" 알바로 내몰린 우리 아버지들
[기획-한국형 프리터族의 비극①] 3040 프리터족의 '굴레'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신현식 기자 입력 : 2014.09.30 05:02
27일밤 울산 북구 호계동의 유흥가밀집지역에서 대리운전기사들이 콜을 기다리고 있다.
#"야! 주차! 여기 뒷범퍼 기스낸 거 어떻게 물어낼 거야?"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발레파킹(valet parking·대리 주차)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모씨(35)는 손님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치미는 분노를 꾹 참았다.
기껏해야 20대 초반 정도 돼 보이는 어린 친구가 외제차를 끌고 와 차키를 던질 때도, 초면에 무시하는 말투를 내뱉는 손님도 웃어넘기지만 보험사기 못지않은 '꾼'은 감당하기 벅차기만 하다.
그만둘까 고민하기를 수차례. 하지만 마땅히 갈 곳 없는 유씨가 당장 빚을 갚고 밥을 굶지 않으려면 이 자리라도 붙들고 있어야 한다.
유씨가 처음부터 알바를 생계수단으로 택했던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이었지만 게임회사가 첫 직장이었다. 2년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던 회사는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자 유씨를 정리해고했다. 경기불황으로 재취업도 쉽지 않았다. 유씨는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위 '한국형 프리터족'이 됐다.
◇ "첫 직장에서 해고된 이후 최악의 상황만…"
먹고사는 문제가 지상과제가 된 유씨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다. 다행히 운전면허증이 있었던 유씨는 주차 알바를 구했다. 주 6일 하루 12시간을 일했다.
"짬을 내 자격증을 따거나 토익점수를 올려보고 싶었지만 집에 돌아오면 곯아떨어지기 일쑤죠. 비오고 눈 내리는 험한 날씨엔 체력적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아요."
차일피일 2년을 보낸 유씨는 "휴대전화 케이스 유통 사업을 해 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열심히 했고 초반엔 유행을 타고 사업도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경쟁자들이 달려들면서 3000만원의 빚만 지고 사업을 접어야했다.
유씨는 다시 주차 알바생으로 돌아왔다. 월급 190만원 중 100만원은 빚을 갚는 데 썼다. 생활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잡지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여러 군데 이력서를 보내기는 해요. 그런데 면접장에 들어가면 나이 문제부터 물어보니까…." 유씨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 주식 한 번 실패했을 뿐인데…남은 일자리는 알바 뿐
또 다른 프리터 족 임모씨(40)는 10년 전만 해도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맞벌이로 월 550만원을 벌었고 번듯한 집도 갖고 있었다. 부인보다 다소 낮은 월급에 자존심이 상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주식을 손을 댔던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주가가 빠져 넣고 또 넣고 하다 보니 끝이 없더라고요. 집도 날리고 사채까지 끌어 쓰다가 빚이 1억원이 넘으니까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어요. 외동딸은 전 부인과 살고 있고 전화연락도 제대로 못해요."
뒤늦게 잘못을 뉘우친 임씨가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은행 계좌마다 차압이 걸려와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힘들어진 임씨는 월급을 현금으로 주겠다는 말에 숙박업소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임씨는 계산대에서 손님을 받고 손님이 다녀간 방을 치우며 기본급 100만원을 받았다. 방 한 칸을 청소할 때마다 1만원씩을 더 받는다.
첫 업소에선 매일 12시간씩 일했지만 시간당 최저임금도 안 되는 140만원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해 차액을 받아낸 뒤 다른 업소로 옮겼다. 지금 일하고 있는 업소는 최저임금은 지켜줬지만 근로계약서와 4대 보험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알바비로 사채 이자를 갚고 노모의 약값과 생활비를 대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없어요. 노후대책은 사치죠. 몸을 다치는 게 제일 두려워요. 보험도 없는데 아파서 일까지 못하게 되면 돈 문제가 바로 목을 조이니까요."
◇"신용불량자, 재기하고 싶어도 못하는 속사정엔…"
정리해고, 사업실패 등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일자리 중 하나가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다. 먹고 살 만큼은 벌어야 하지만 너무 많이 벌어서도 안 되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김정철 전국대리기사협회 총무국장(59)은 "전업으로 대리운전을 하는 30~40대를 만나보니 신용불량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사업실패나 연대보증으로 빚이 있으면 15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을 경우 압류를 당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신용불량자를 고용한 회사대표는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 법원에 압류된 금액을 따로 송금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고용을 꺼린다"며 "당장 돈이 급한 사람도 돈을 압류당할 직장에 취업하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 출처: 머니투데이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92911370787743&outlink=1
출처 :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글쓴이 : 전국대리기사협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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