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스크랩] 신동아11월호;[르포] 을 중의 을 대리기사 `지금도 어디선가 얻어맞고 있을 것` - 3/4번째 기사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2015. 11. 29. 12:50

 

 

 

 

“거시기도 예쁠 것 같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20분째 스마트폰 2대를 손에 들고 서성이는 20대 후반의 한 남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아직 오늘 첫 콜을 못 잡았다. 평소 같으면 지금이 ‘불금’ 피크 시각이라 엄청 바빠야 하는데 사흘 연휴라서 그런지 손님이 영 없다. 대리기사들도 다른 날보다 훨씬 적게 나온 것 같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대학 졸업 후 미취업 상태인 그는 용돈을 벌려고 7개월 전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갑(甲)질’하는 손님을 서너 번 접했다. 대기업 간부라고 큰소리치면서 ‘취직시켜줄 테니 찾아오라’고 한 손님이 있었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명함 한 장만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젊은 놈이 사람을 못 믿는다’며 막 화를 냈다. 웬만큼 배우고 지위 좀 있는 사람한테서 험한 욕을 듣고 무시당하니 나중에 회사 들어가서 그런 상사 만날까봐 겁난다”고 털어놨다.

 

최근엔 여성 대리기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은 대리기사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 시각에다 여성이라는 이유가 더해져 손님들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등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남편과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대리기사로 나선 50대 초반의 주모 씨는 “젊은 남자 손님 중엔 ‘5만 원만 주면 같이 있어줄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 대 쥐어박고 싶다”고 말했다. 주씨는 자신의 후배가 4년 전 겪었다는 일을 들려줬다.

 

“중년 남자 손님이 고속도로에서 계속 후배의 다리를 만지면서 추근댔다고 한다.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어 차를 세우자 따라 내려서 계속 그러기에 경찰을 불렀다고 했다. 성추행으로 고소했지만 차주는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주씨는 성추행범의 경우 ‘증거 내놔라’며 발뺌하면서 경찰 조사를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땐 정말 몰래 녹음이라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Interview | 전선영 용인대 교수
“초등학생 수준만 돼도 특권의식 사라질 것”


 

시사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인 전선영(사진) 용인대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는 비뚤어진 특권의식에 의한 권력 행사와 그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물의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잊을 만하면 특권층의 ‘갑질’이 도마에 오른다. 이유가 뭘까.


“지난해 5월 모 분유회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한테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공개되면서 ‘갑-을’ 논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그즈음 미국 캘리포니아대 철학 교수가 쓴 책이 국내에 출간됐는데, 부제가 ‘부도덕한 특권의식과 독선으로 우리를 욱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그 책에 ‘골칫덩이(asshole) 이론’이 나온다. ‘골칫덩이’는 특권의식에 젖어 자신은 특별하니까 사회적 관습을 잘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을 일컫는다.
권력감이 충만해지면 남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속성이 생긴다. 그래서 심각한 잘못을 저질러도 자기정당화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나쁜 일을 좀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분을 느끼는데.


“인간은 타인에게 함부로 무시되거나 폭행당해선 안 되는 신성불가침한 존재다. 그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간과한 게 바로 그 점이다. 2011년 나온 ‘사회적 약자에 대한 초등학생들의 인식’이라는 석사논문(저자 정미경)에 따르면, 10명 중 8~9명의 아이가 ‘불쌍하다’ ‘도와주고 싶다’ ‘잘 대해줘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그런 초등학생 수준의 논의만 이끌어냈어도 약자에 대한 특권의식은 설 자리가 없었을 것이다.”


-특권의식을 어떻게 뿌리 뽑을 수 있을까.


“국내외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특권의식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순 없다고 한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나아지는 게 또한 인간이다. 인격체는 자기 선택과 의지적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존재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말뜻을 심사숙고해 가치관을 정립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바른 행동은 올바른 가치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 분)가 준석(유오성 분)의 다리 밑을 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동수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느끼고 복수의 칼날을 간다. 아마 폭행당한 대리기사도 그런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4번째 기사 계속 됩니다.)

 

 

* 출처: 신동아 http://shindonga.donga.com/docs/magazine/viewer_pay_shin.php?mgz_part=shin&n=201410220500000&page=2

 

 

 

출처 :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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