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사의 꿈 2.
4월 22일 새벽 5시, 관악구 까치고개 뒤 피씨방입니다. 피곤 했던 걸까요? 졸다 눈 떠보니 시간이 꽤 갔습니다.
이 대리일을 시작하면서, 일 끝나는 시각, 이렇게 피씨방을 애용하고 있군요. 그러다보니, 간밤 하루 일의 궤적을 흩어보곤 합니다. 아...지난밤, 내가 달려온 거리와 시간의 흔적들, 그 결과로 주어져 있는 내 주머니 돈의 부피, 이러저러 사항들을 생각하노라면, 답이 나오는 시절을 보내고 있는건지 항시 자문하곤 합니다.
대리기사권익운동이라는 걸 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참으로 추운 새벽 강남 교보사거리에서 핸드마이크를 손에 쥐고 있노라면 문득,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젊은 시절, 그리도 자주 하던 일들, 이제 다시는 이런 짓(?) 없이 세상을 살거라 생각했건만, 벌써 무수히 흘러간 세월 속에서 다시금 이런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게 되는군요.
젊은 시절 지녔던 꿈, 오늘은 이리도 구체적 생존의 현장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동료기사들 앞에 서게 됩니다. 일신우일신, 현실은 끝임없는 자신의 혁신과 노력을 요구하는건가 봅니다. 근데 하필, 이렇게 모진 일로 주어지다니...쩝 ^^
기사의 꿈....
올 초, 새해를 맞아 썼던 글이 보입니다. '기사의 꿈'...
그중에서 기사의 꿈이란게 있으면 좋겠다는 구절이 보이는군요. 내가 써놓고도 이리 생소하다니...
벌써 몇개월 지난 지금, 그 꿈의 일단이라도 이루어져가고 있는 걸까요? 우선 대리기사 벌금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바램 하나는 부족하나마 이렇게 실천해가면서 조금씩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사실, 처음에는 감히 어떻게 프로그램사들과 싸울 생각을 하나 하는 주변의 우려와 만류를 뒤로 하고 교보사거리로 달려갑니다. 추운날 삭풍 부는 벌판에 벌거벗고 혼자 선 기분입니다. 하지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기사들의 바램들이 모여지고, 활동과 조직의 틀이 갖춰지면서 감히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버리게 됩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우리들 싸움의 대상이 클수록, 우리들 투쟁의 내용도 커지고 풍부해집니다. 세상의 관심과 상식, 양심의 울림도 그만큼 크기만 합니다.
기사들 바램 중 하나라도 제대로 추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벌금 문제, 어떻게건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한 결과가 나와, 이 답답한 대리판을 뒤엎는 훌륭한 계기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사들이 모이고 건강한 힘이 커지고, 기사들의 사랑을 받는 든든한 조직이 생기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감상적으로 가졌던 희미한 기사의 꿈이 이제는 현실의 운동으로 구체적 결실로 다가올거라는 희망, 다시금 나의 몸을 부추기는 동력이 되는 걸까요?
오늘도 부족한 내 주머니돈의 부피를 느껴보면서도 이 대리판을 떠나지 못하는 핑계가 되나 봅니다.
기사의 꿈. 내년 이맘때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