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있는 풍경

[스크랩]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2015. 10. 23. 08:28

 웹서핑 중에 마주친 노래....과거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맞서 싸움터로 떠난 정인을 기다리는 여인의 절절한 감상을 노래한...... 낭만이 마주칠 수 있는 노래.....(그렇다고들 하더군요...^^ 어쨋건 그 음조는 가슴을 적셔줍니다...들어보세요..)

 

다른 님의 카페 글과 화면을 옮겨봤습니다.   http://blog.joins.com/whitebee1/10543733       

http://blog.daum.net/dsk10102002/7919973

   

                                     

 

이 노래는 그리스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음악가인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의 작품으로, 그는 이 노래를 작곡한 지 얼마 안 되어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투옥되었다가 국외추방을 당한다. 우리에게는 sbs의 드라마 <백야>의 주제가로, 또 조수미가 불러 친숙해진 노래인데, 비장하면서도 애절한 가락에 카테리니라는 기차역을 배경으로 남녀간의 이별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이별의 노래가 아니라 반독재 민주화운동가를 애인으로 둔 한 그리스 여성의 이별가다. 11월의 어느 기차역에서 애인을 만나기로 했지만, 지중해 연안의 한 작은 도시 카테리니로 가는 기차는 8시에 떠나고 애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 그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잡혀서 투옥되거나, 아니면 계속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하거나 간에 어쨌든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떠난 시간과 공간인 이 11월과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원곡의 가사에는 그가 “비밀을 간직한 채”, “가슴에 칼을 품고서” 떠났다고 표현되어 있다.

 

 

 

 그리스의 국민가수 하리스 알렉슈Haris Alexiou의 음성으로 들어보세요.

 

그리스는 1974년 민주화되기까지 밖으로는 외세의 압박과 안으로는 왕정과 군부독재의 철권통치로 신음해 왔던 나라다. 이러한 그리스의 암울했던 현대사의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사람이 바로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아테네 음악원의 학생으로 독일과 이탈리아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청년운동을 시작하여 수차례나 투옥됨으로써 그리스 현대사의 한 복판에 뛰어들게 된다.

 

종전 후 왕당파와 공화파 간의 내전이 미국의 지원을 받은 왕당파의 승리로 끝나자 테오도라키스는 귀국 후 그리스 민속음악인 람베티카를 기본으로 민중의 정서를 담은 수많은 가요를 만들었다. 람베티카는 “하층민으로부터”라는 그 뜻이 말해 주듯 피억압계층의 민요이다. 이 람베티카가 테오도라키스에 의해 저항가요로 부활하자 군부독재는 이를 금지시켰고, 그러자 람베티카는 다시 지하클럽에서 청년계층에 의해 새 노래운동인 네오 키마(Neo Kima)로 발전하게 된다.

 

1963년 민주화운동의 지도자 람브라키스가 한 괴한에게 암살당하자 테오도라키스는 람브라키스민주청년회(Lambrakis Democratic Youth)를 조직하고 의장으로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해나간다. 1967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테오도라키스를 포함한 수천 명의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추방하였다. 출판과 언론에 대한 검열도 강화해 테오도라키스의 작품판매와 방송은 물론 그의 작곡, 지휘, 연주를 포함해 그의 음악을 듣는 것까지도 금지시켜 버렸다.

테오도라키스는 체포되어 국외망명의 길에 올랐고, 군정이 끝나고 민정으로 이양된 1974년까지 장장 7년간이라는 세월을 해외에서 떠돌아야 했다.

 

1992년 모든 공직을 사임한 테오도라키스는 작곡과 지휘에 전념하면서 세계의 평화와 인권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1996년 그리스와 터기 양국 간 영토분쟁으로 전운이 감돌 때, 터키의 대표적 음악인 줄푸 리바넬리와 함께 평화지대인 사이프러스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공동음악회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줄푸 리바넬리 역시 테오도라키스와 같은 시기에 터키에서 추방당했었고, 이들 두 사람은 해외에서 유랑생활 중 만나 자연스럽게 우정을 다져왔었다

  

 

 

To traino feygei stis ochto(기차는 8시에 떠나네)

 

To traino feygei stis ochto

Taxidi gia tin Katerini

Noemvris minas den tha meinei

Na mi thymasai stis ochto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Na mi thymasai stis ochto

To traino gia tin Katerini

Noemvris minas den tha meinei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Se vrika pali xafnika

Na pineis oyzo stoy Leyteri

Nychta den thartheis s alla meri

Na cheis dika soy mystika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Na cheis dika soy mystika

Kai na thymasai poios tha xerei

Nychta den thartheis s alla meri

당신은 오지 못 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 하리

 

To traino feygei stis ochto

Ma esy monachos echeis meinei

Skopia fylas stin Katerini

Mes tin omichil pente ochto

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Mes tin omichil pente ochto

Machairi stin kardia soy ekeini

Skopia fylas stin Katerini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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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햇살을 내비치던 하늘은 잔뜩 찌푸린 채 서둘러 어둠을 풀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회복기의 환자처럼 달콤한 피로감을 즐기며 하루를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종일토록 내 안엔 쓸쓸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천리길도 단숨에 오가는 게 사람의 마음이건만 이 쓸쓸함의 이면에 멀어져 가는 당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 발챠의(agnes baltsa)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되풀이 해 들으며 당신의 행로를 짚어보는 동안 어느덧 사위는 어둠에 싸였습니다 .

 

내가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신경숙의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통해서였습니다. 제목에 이끌려서 사들고 나왔던 신경숙의 소설 속에 노래를 신청할 때마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7시로 바꾸어 신청하는 남녀의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렇게 알게 된 이 노래가 좋아진 것은 가슴을 저며오는 애절한 멜로디와 함께 노래가 만들어진 슬픈 사연 때문이었습니다.

 

나치에 저항하여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는 남자를 여자는 날마다 기차역에 나와 기다립니다. 기차는 어김없이 여덟시에 떠나가건만 기다리는 남자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영원히 오지 못할 지도 모르는 연인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여심을 노래한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듣을 때면 공연히 가슴이 짠해져서 나도 기차역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어지곤 했습니다.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는 기차역은 그 상징성으로 인해 예술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공간입니다. 당신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듣고 있으려니 오늘은 내가 이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 기차역에 앉아 있는 것처럼 가슴 한켠이 무너져 내립니다.

어느 특정한 시기의 기억을 잃어버린 주인공 하진과 그 조카 미란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떠나는 신경숙의 소설과 호소력 짙은 아그네스 발챠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는 둘 다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상실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상실감은 천차만별이어서 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도 가늠할 수 없습니다. 흔히 슬픔을 위로할 때 세월이 약이란 말을 하지만 세월 속에서도 지우려 하면 할수록 문신처럼 뚜렷해지는 기억도 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당신처럼.

당신과 함께 보낸 시간들은 정녕 꽃의 시간이었습니다. 봄날 한 때 꽃을 피운 매화가 사계절을 곷나무로 살듯 당신과 함께 한 시간들은 나를 오래도록 향기롭게 할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 한 시간 속에선 꽃의 향기가 번져나고 나는 그 맑고 은은한 향에 취해서 습관처럼 당신을 떠올리고 흐뭇해질 것입니다.

좀더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긴 하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음을 믿기에 후회하진 않기로 했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해 해줄 수 없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챙겨 두었다가 다시 만나지는 날엔 빠뜨리지 해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가 심심했을 거라 말씀하시지만 굳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당신입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당신입니다.

 

당신과 헤어져 상실감으로 뒤척이며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들으며 슬픔에 잠기는 이 저녁마저도 당신이 있어 감미롭습니다.

 

생각하면 참 좋은 당신!

 

 

 

 

<흰벌님의 '꽃에게 말을 거는 남자' 중> http://blog.joins.com/whitebee1/10543733      

 

 

 

출처 :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글쓴이 : 대리만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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