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호사다마
6월 4일 아침 6시반, 월요일 아침을 맞이한 미아삼거리역 근처입니다. 이 곳에서 쓸만한 피씨방은 늘상 여기 입니다. 운행을 끝나고 맞이한 아침이니 편히 글이 올라갑니다.
호사다마, 갑자기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뻔히 아는 글귀라 여기건만, 인터넷 검색을 해 봅니다.
좋은 일에는 흔히 시샘하는 듯이 안 좋은 일들이 많이 따름.
시샘이라고요? 하지만 이 말의 뜻은, 항시 겸손하고 자신의 처신을 돌아보라는 경구일 겁니다.
참으로 소중한 몇개월, 저희는 나름대로 열정을 다해, 진정으로 최선을 다했다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요즘은 적잖이 부대낍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세상의 시샘 이전에 나 자신 부족함의 결과였습니다.
대리기사들에게 벌금을 뜯어서라도 이 험한 대리판의 업자들이 버텨보겠다는 고백...
그것이 틀렸기에 홍보물 몇장 들고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새벽에 서명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외치고, 서명을 받고, 조직을 만들고 한국대리기사협회 분들과 연대를 하고, 그리고 우리는 다시금 이어지는 목소리로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기사 권익을 외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느덧 많은 분들에게 격려와 관심을 받아버렸습니다. 과분한 칭찬과 언론의 주목 속에서 한껏 많은 꿈을 꾸어버렸습니다.
과유불급이었을까요? 뭐든지 지나치면 안하느니만 못한...
저는 조금은 더 자신의 능력과 부족함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방패연이 자신을 버텨주는 한줄 실이 끊어지면 허망하게 바람 속에 사라져 버리는 것인데, 저는 그 한줄 실도 없이 감히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꿈만 꿨던 거 같습니다. 스스로가 겸손함과 내 안의 소중함을 몰랐습니다.
호/사/다/마
저희는 지난 2월달 겨울날,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로지사 등 프로그램사의 벌금 갈취 정책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그 첫날, 부실한 준비와 진행에도, 기사들의 자발적 권익 활동에 신난 동료기사들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벌금 갈취 철폐 서명운동을 알리는 푯말을 머리위에 이고 덩실덩실 춤을 추던 동료기사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아...우리의 불성실한 집회를 부끄럽게 만들고, 눈물 나도록 우리의 가슴을 울려준 그 동료기사의 갈망, 우리는 그 모습에서 힘을 얻고 다시금 투쟁의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서명운동의 첫날, 한껏 신나서 푯말을 머리 위에 이고 덩실덩실 춤 추던 동료기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답답한 골방의 갈등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희망입니다.
호사다마일지, 아님 전화위복의 기회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도, 우리들의 활동이 좋은 일, 누구나 소망하는 일이었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점의 티끌, 우리를 달구는 또 다른 풍로이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어느덧, 알아버렸습니다. 우리 내부간의 분란과 갈등이 어느덧 내 주변을 정리하고 진정으로 함께 할 동지들이 누구인지를 알아버리는 과정이었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이었고, 새롭게 의기를 다지는 고백의 순간이었음을....
호사다마가 될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지, 우리 하기에 달린 것임을 배우는 순간입니다.
저는 다시금, 신발끈을 조여맬 것입니다. 그간 조금은 복잡한 내부의 분란이 우리들 실천 활동의 발목을 붙잡는 장애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음껏 지혜를 모으고 용기를 모아 투쟁의 현장에서 거듭 날 것입니다. 우리 동지들 마음 속 갈등과 아픔은 대중 활동 속에서 풀어지고, 다시금 문제 해결을 위한 건강한 의기와 지혜가 샘솟는 기회가 될 거라 믿습니다.
호.사.다.마.
좋은 일이 넘치면 시샘하듯이 안 좋은 일들이 많이 따름...
항시 겸손하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정녕 그것이 넘쳐나는 좋은 일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