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대리기사 패는 사람들- 진솔한 사죄와 인간적 화해로 문제 해결해야
사실은 여러날 망설였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김현의원이 가세한 대리기사 폭행사건, 그 피해기사를 직접 만나보기로 맘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로써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의 마음을 나타내기를 여러날 망설였습니다.
자칫하면 진영간 다툼으로 변질되면서 진실이 파묻혀지고 그리하여 불필요한 혼란과 분란을 낳을 수 있기때문입니다.
힘 없는 대리기사 두들겨 패는 사람들
대리기사와 세월호 유가족,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삶을 하루하루 연명해가는 분들일 겁니다. 하필이면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끼리 폭행사건이 일어나고, 그리고도 책임이 있느니 없느니 하고 있으니...
9월 17 새벽, 국회의원 김현의원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여의도 kbs별관 근처 술집에서 음주 후,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대리기사가 도착한 지 한참 동안 이분들은 대리기사는 안중에도 없는 채 시간을 지체했고, 이를 보다 못한 대리기사는 운행 취소를 통보하면서 분쟁이 생기고 집단 폭행사태가 벌어집니다.
대리기사 집단폭행, 세월호 유가족을 두번 죽이는 짓입니다.
대리기사를 짓밟는 만행입니다. 시민운동을 죽이려는 수작입니다.
힘 약한 대리기사 하나를 끌고다니며 여럿이 집단으로 폭행을 했고, 만류하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여서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경찰이 오고, 대리기사와 행인들만 경찰서로 불려가 여러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가해자로 보이는 분들은 다음날 팔에 붕대를 두르고 마스크를 쓴채 등장하여 폭행당한 피해자임을 주장합니다.
참으로 참담합니다.
아니, 설령 대리기사가 조금 잘못했을지라도 야밤에 떼거리로 몰려와 한사람을 집단 폭행하다니... 그것도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자식들을 잃고 비통함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갈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런 짓을... 온갖 갑질을 저질러놓고 그러고도 쌍방폭행이니 음모론이니, 함정이니 하는 소리가 난무하다니...
대리기사들은 항시 폭력과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입니다. 이번 사건 역시 대리기사와 손님과의 분쟁입니다.
하지만 집단 폭행이 자행되고 그 가해자들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회의원이라는 점이 가세하면서 겉잡을 수 없는 사회적 관심과 분노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같은 동료기사로서야 그 분함과 자괴감을 달래기란 힘듭니다.
음모론, 대리기사를 두번 죽이다
폭행에 가담한 세월호 지도부는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발표하고 모두사퇴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김현의원은 정작 당사자인 피해기사에게는 어떠한 사죄도 없습니다.
술 취해서 저지른 잘못이 오히려 술 깨고 나서는 또다른 폭력으로 진화했습니다.
쌍방폭행을 주장하는 와중에 온갖 음모론과 짜집기된 동영상들이 난무하며, 다시 한번 피해기사를 울리고 있습니다.
모방송사의 영상편집 시비는 대리기사를 폭행했다는 사실과는 전혀 무관한 주장입니다. 괜히 이해하기 힘든 말들을 늘어놓곤, 2차싸움에선 피해기사가 뒤로 빠진 채 폭행당하지 않았다는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1차싸움에서는 대리기사가 폭행당했다는 당연한 이치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진보를 자처하고, 세상의 민주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대리기사는 업무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기사 신분이 확인되고 업무 내용이 파악됩니다.
피해 대리기사 이00님의 기사정보창입니다.
소속회사 연락처,성명과 사번 등이 그대로 확인됩니다.
진솔한 사과와 용서, 인간적 화해를 ...
어제 저녁,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용회장이 이번 사건의 피해 대리기사 이 모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간 인내심을 발휘하며 이번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 경찰 수사도 지켜보면서 가급적 '객관성'을 지키려 애써왔습니다.
피해기사를 만나기가 두려웠습니다. 혹 주제 넘는 짓으로 여겨 부작용이 날 수도 있고, 양진영의 싸움처럼 흘러가는 현실 속에서 올바른 방도를 내오기란 자칫 더욱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피해기사를 만나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모방송 기자들과 함께 입원한 병원을 찾았고, 인터뷰와 함께 순대국을 같이 한그릇씩 먹어가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현재 이아무개 기사는 가족들도 모르게, 지방도시의 한 병원에서 세상과 절연한 채, 외롭게 투병 중이십니다.가슴 골절과 목부위 부상이 심하다 합니다. 주사바늘을 꽂기 위해 걷어올린 팔목에는 아직도 멍자국이 선명합니다. 어떻게 맞은건지 여러날이 지난 지금까지 얼굴의 피멍자국이 가시지 않습니다.
어떠한 항변은 커녕, 혹시라도 또다른 폭력과 공격이 있을까 두려워하는 이00님, 병원비 몇푼 없어 병원을 옮길 수도 없는 이00님, 이런분을 두번 죽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 (사)전국대리기사협회는 진영 논리에 갇혀 현실을 진실로 보려하지 않고 현실 속에서 배우려 하지 않으며,왜곡과 과장으로 여론을 오도하려 하는 모든 시도를 경계합니다.
우리는 당사자분들의 진정어린 사죄를 촉구합니다.
지금이라도 가해자분들은 피해기사의 병원에라도 찾아와 진솔한 사과와 함께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당사자들의 진정 어린 사죄와 용서, 그를 통한 인간적 화해에서부터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자식을 잃고 지옥같은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시금 많은이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일어설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집단폭행의 트라우마 속에 고통 겪는 피해 대리기사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고 다시금 건강한 생활인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피해자의 용서와 화해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한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 피해자와 국민들은 고대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분들과 김현의원의 지혜로운 처신을 소망합니다.